아무도 모르는 A Délivrer la Pensée

오늘이야 
네가 나에게 너이고, 내가 너에게 너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는 다른 누군가의 너가 되고, 나는 다른 누군가의 너가 되고,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너와 너는 '너들'이 아닌,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의 너가 내일도 너일지, 
그걸,
그걸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무언가를 포기하는데 걸리는 시간 Une Certaine Sincérité

"무언가를 포기하는 데 있어 가장 적절한 시간은 얼마만큼일까?" 라고 적어도 이상하고, "Combien de temps devrait-on mettre pour renoncer à quelqu'un/quelque chose?"라고 적어도 이상하다. 둘 사이 어딘가이면서도 둘 사이 어느 곳도 아니다. 적당한 상대주의에는 빠지고 싶지 않지만 지나친 단호함으로 나의 생각을 자르는 것 또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나는 한 번 나의 것이 아니라고 여겨진 것을 참 금방 포기해버린다고 생각하게 된 어느 날이 있었다. 사람을 그렇게 금방 놓아버릴 수 있는 나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에 머리 끝까지 시큼하게 시려오던 날이었다.
내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한 사람에 대해 재빠르게, 진심으로 무심해지는 것도, 내가 속해있는 풍경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기억으로 남겨두는 것도.
공격적인 태도로 모두에 대해 나를 단단하게 방어하게 된 것은 내가 바라던 일이 정말로 아니었다.

1998년 3월, 그리고 2002년 7월,
그 때, 그렇게 먼 곳에서 먼 곳으로 옮기지 않았더라도 나의 오늘은 같았을까? 
만나볼 수 없게 되어버린 나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매일 A Délivrer la Pensée

매일 32764개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산다.
32764개의 긴 이유와, 단 하나의 짧은 사실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고래의 노래 └ S2. 2012-2013

우리는 - 나는, 이 아니라 우리는 - 파리의 참 많은 길들을 네 발로 걸었더라. 구석구석,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장소들이 고래처럼, 파리의 깊은 바다를 헤엄치다가 가장 자그마한 손짓에도 수면 위로 솟구치는 — 고래는 가느다란 노래를 뽑아 지금 여기, 이 도시를 잣네. 언제였더라, Porte de Versailles에서 열렸던 Emmaüs에다녀오던 길, 점심 샌드위치를 사 먹었던 뻥집은 공사를 한다고 문을 닫았고 나는, 두 살쯤 나이를 더 먹은 나는 89번 버스 노선을 따라 걷는 걸음만큼의 박자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야.

낡아버림 └ S2. 2012-2013

어렸을 적에는 21세기가 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줄 알았고, 20대의 나는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거나, 적어도 멋진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2라는 숫자에는 무언가 미신적인 면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21세기가 되고 13번째의 해가 지나고 있는데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나의 20대는 절반이 지났음에도 나는 내가 상상하던 수많은 나의 모습들 중 그 무엇도 아닌 채, 프랑스의 기숙사 복도를 목욕바구니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하나의 동선에 불과하다. 나는 낡아버렸다. 20대를 절대 오지 않을 어떤 날처럼 여기던 초등학생의 나나, 이끌리듯 하루를 살아가는 25세의 나나 세상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다르지 않은데 나는 이렇게 낡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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