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하교길 Pêle-mêle

#등교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윤동주 시인의 싯구에 오늘처럼 공감했던 적은 없었다. 막막한 하늘 아래 나는 한없이 작고 한없이 부끄러운 인간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무엇에 대해 왜 부끄러운 것일까, 명백한 것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명백하지 못함이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교길
합정역에서 이어지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열차가 어둠을 찢고 강 위로 나오는 그 순간 쇄도하는 빛의 일렁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모른다. 한강의 반짝이는 수면을 비추는 건 분명 하늘의 빛을 가린 인간의 불빛임에도 불구하고 그 빛은 어둔 밤을 수놓고, 심장을 흐르는 인간의 역사를 수놓는다. 그리고 지금 여기, 모든 무심함 속에서 나는 무심을 거부한다. 한강을 무지개빛으로 적시는 노을도 넋을 훔쳐갈만큼 아름답지만 서울의 밤을, 사람의 숨결이 거대한 생명의 흐름을 비추는 그 밤의 시간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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