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특강 4차_글쓰기의 기초(제목만) Au Cours

  이번 주에도(아, 벌써 저번 주인건가...?) 수업의 제목과 내용은 상이하게 달랐다. 아무래도 학생 수가 적은 것이 '강의 일정을 바꾸는 강사님의 사정'에 해당하는 것이 확실한 모양이다. 제 시간에 온 학생 한 명, 강의 시작할 때 있었던 학생은 두 명, 강의 끝날 때 있었던 학생은 세 명. 좀 많이 단촐하긴 해도 이게 그렇게 큰 사정인가 싶지만 대학 강의나 특강이나 분명 돈을 지불한 건 이 쪽임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듣는 학생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은 거의 없다.

  4회차 강의의 제목은 '글쓰기의 기초'였지만 실제 수업은 '비평'에 관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비평문을 작성하는 개괄적이고 상당히(어쩌면 지나치게) 원론적인 방법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

1. 비평이란
  비평은 기본적으로 예술 작품의 가치를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작업에 해당된다. 사람들은 보통 비평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비평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맛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순간에도, 드라마를 보다가 "아, 무슨 스토리 전개가 저렇게 뻔해"라고 외치는 순간에도, 혹은 노래를 듣다가 '이 가수 목소리 되게 좋네'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굉장히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과거 대다수의 비평은 등단을 통해 공인된 비평가나 평론가들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블로그의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는다. 대중비평이 대중에 의해 공인되는 셈이다. 하지만 블로그상에서 이루어지는 이 수많은 대중비평이 아직까지 비평계에 주류로 편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상당수의 블로그 비평이 인상비평에 불과하거나 채택하고 있는 논리가 얖고 허술하기 때문일 것이다.

2. 작품을 해부하라
  인상비평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는 증명 가능한 논거를 들어 탄탄한 해석의 논리를 쌓는 것도 중요하고, 그 가치가 미학적 가치건, 상업적 가치건, 대중적 가치건 간에 작품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괜찮은 비평을 쓰려면 텍스트 자체에 파고들어 분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같은 제목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팀 버튼 감독의 <스위니토드>를 보고 비평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①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빈부격차가 생겨나고 사회적 혼란이 증가하던 19세기 영국' 이라는 사회적 context
②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의 고딕 문학(*)에서 출발한 고딕 스타일
③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과 그 차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팀 버튼의 각색 방법
④ 팀 버튼의 다른 영화들과 <스위니토드>의 연결 관계
⑤ 팀 버튼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조니 뎁을 자주 캐스팅하는 이유
⑥ 의도적으로 드러나는 잔인한 장면의 의미와 의도 
등의 관점에서 <스위니토드>라는 텍스트에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물론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이 모든 면을 고려할 수도 있고 몇 개의 사항들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에 집중하면서 영화는 하나의 화면 내에서 장면의 통일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들어 뮤지컬의 관점에서 "아무래도 무대의 역동성이 죽은 것 같은데"라고 평가를 할 수도 있고, 텍스트의 context에 집중해 19세기 영국을 끄집어내 당시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접근의 방법을 대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쳇, png 파일로 올려도 이미지가 깨지네...)
* 고딕 문학
- <드라큘라> : 드라큘라는 신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넘어가던 시기의 전근대적 산물이었다. 읽은지 하도 오래 되어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드라큘라>의 주인공은 실제로 '이성과 합리주의를 통해 '드라큘라'가 누군지 알게되었기 때문에 그가 더 이상 두렵지 않다'라고 밝힌다. <드라큘라>는 말 그대로 인간 이성의 승리를 담고 있는, 가장 근대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프랑켄슈타인> : 그런가하면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회의를 담고 있다. 인간의 이성이 조합해 만들어낸 것에 대한 두려움과 회의는 <드라큘라>의 입장과 반대된다.
-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에서 드러낸 두 개의 경향성을 모아놓은 것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이다. 작가 R.L.B. 스티븐슨은 인간 내면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병치시켜 인간의 심리에 대한 근대인들의 호기심을 잘 전달한다.
→ 고딕 문학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갖는다.

** 사회적 context 분석은 내가 제일 자주 쓰는 글인 것 같다. 꼭 사회적이 아니더라도 텍스트에서는 그 context만을 취하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 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3. 비평을 왜 하지?
  대중문화는 기본적으로 근현대가 되어서야 생겨났다. 산업 혁명으로 봉건제를 기반으로 세워졌던 중세의 장원들이 무너지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노동자들에게 휴식의 여지를 주기 위해 기존의 귀족 문화와는 별개로 대중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이 때부터 비평은 academique한 분석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찾는 본질적인 역할 외에도 작품과 대중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전의 문화는 모두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정작 '대중 문화'라는 것이 주어졌어도 그 것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의 창조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어필할 수단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대중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어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비평이었다. 작품에 관련된 정보를 구하기가 용이한 인터넷 시대에도 비평은 여전히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적확한 정보를 골라주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비평의 본질적인 역할이 작품의 미학적 의미를 발견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비평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문 비평가들에 의해, 혹은 지식인들에 의해 행해지는 비평은 대중의 입장에서는 재미 없고 어려운 담론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200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디워 논쟁에서도 대중들은 <디워>를 B급 괴수 영화로 분류하는 비평가들의 반대편에 서서 심형래 감독의 손을 들어줬더랬다. 게다가 "씨네21에서 별점을 높게 매긴 작품만 안 보면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대중의 기호와 비평가의 기호는 일치하지 않는다. 실제적으로는 전문 비평 뿐만 아니라 대중 비평도 필요한 이유이다.
  한편 비평가는 작가가 쓴 텍스트를 해부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해부를 통해 작품 내부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은 비평가의 '창조' 행위에 속한다. 작품 내부에 있는 '무언가'는 작품을 실제로 쓰는 과정에서 변화한 작가의 의도라거나, 왜곡된 작가의 진실, 혹은 작품 창조 과정에 개입한 우연한 요소 따위가 될 수 있는데, 비평가는 작가의 의도, 진실을 파악하고 작가도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비평은 '재창조'의 과정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비평에 있어서 작품에 대한 의도적 오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된다.(***)

*** 정리야 이렇게 해 놓았지만 강사님께서 실제로 강의를 하실 때에는 "작가"의 의도를 굉장히 중시하시는 바람에 약간 대학 비평을 옹호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쏠린 기분이었다. 뭐랄까, 비평가의 '창조'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는 신비평의 경향성에 합치했지만, 비평가의 의도를 중시하는 것은 그저 작가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쪽으로 말씀을 하셨달까. 신비평을 완전히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대학 비평에 완전히 반대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작가의 고정된 의도보다는 독자에게 허락되는 유예된 의미를 선호하는 '독자'의 입장인지라 작가의 의도에 충실한 비평은 의미를 고정시키는 또 다른 행위가 아니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다.(배우는 건 그냥 배우는 게 아니다. 모름지기 배웠으면 써먹어야 하는 거다. 물론, 몇몇 과목은 예외!) 그랬더니 강사님의 답변, "물론 맞는 말이지만 우리 나라 비평계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시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설을 쓰고, 소설을 쓸 요량도 안 되는 놈들이, 그러니까 뭔가를 창조할만한 역량도 안 되는 놈들이나 비평을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작가들이나 감독들은 자신의 의도를 유일한 것, 지극히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우리 나라 비평계의 문제점이긴 한데, 뭐 어쩌겠어요. 물론 독자로서 비평가의 창조 행위가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의도적 오독'이 꼭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그 '오독'이라는 단어였다. '오독'이라는 단어는 이미 하나의 정답을 상정하고 있는 단어인데 내가 보기에는 아무리 한국의 작가나 감독들이 자신의 의도를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가 정답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강사님한테 대놓고 맘에 안 든다고 얘기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려고. A quoi ca sert,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거, 맞지...? 

4. 비평을 하기 위해서
  비평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글쓰기에 필요한 것과 거의 동일하다. "자신의 틀". 하지만 비평적 글쓰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덧붙는다.

① 취향
  취향은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계급적이기도 하다. 비록 동양 사회는 서양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자본주의의 모토는 취향 선택의 자유를 개인에게 일임했지만 사실은 계급적인 것이 개입된다. 에컨대 미국에서는 백인 화이트칼라(White Collar) '계급'이 즐기는 문화와 유색 인종으로 구성된 블루칼라(Blue Collar) '계급'이 즐기는 문화는 명백하게 구별된다. 대학 교수는 자기가 아무리 레슬링을 좋아하더라도 교수 그룹 내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대해 입도 뻥끗 못할 만큼 계급 간 취향의 차이는 엄격하게, 그리고 가시적으로 구별된다. 그렇지만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계급에 관계없이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만드는 취향은 비평에 나만의 정체성을 부여할 것이다.

② 동시대 감각
  문화와 유행, 시대 감각은 항상 변화한다. 따라서 자신의 철학적 틀을 유지하면서 시대 정신의 흐름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③ 대중적 감성
  자본주의의 상업성과 대중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오늘날 문화계에서는 작품을 팔지 못하면 다음 작품에 착수할 수 없다. 1차 작품에 대한 비평 또한 2차 작품에 해당된다. 그 말은 곧 대중적 감성을 만족시키는 글을 쓰지 못하면 글이 팔리지 않고, 글이 팔리지 않으면 다음 글을 쓸 시간에 목숨부터 유지하고 보기 위해 다른 경제 활동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대중의 욕망, 욕구를 읽어내지 못하면 시대의 이야기를 할 수 없는데, 괜히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글을 읽고 싶어할 독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면 다시 '다른' 경제 활동... 그렇기에 대중적 감성을 만족시키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대중 문화에 편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비평을 하고자 한다면 대중을 따라가지 말고 한 발 앞서 대중을 뒤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요즘은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스위니 토드>는 처음에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문학 작품이었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각색되었다가, 팀 버튼이라는 감독에 의해 영화와 되었으며, <반지의 제왕>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이기 이전에 문학적 가치는 인정받지만 독자들이 그닥 선호하지는 않는 문학 작품이었다.(개인적으로 나는 '해리 포터'보다 '반지의 제왕'을 더 선호한다.) 따라서 원작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이야기할 수 없으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언급하지 않고 영화 <스위니 토드>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바야흐로 다른 분야를 알지 못하면 자기가 아무리 특정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분야를 완벽하게 이야기해낼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장르 간의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의 비평가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자신의 전문분야는 따로 있더라도 전체상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강의를 듣고 얻게 된 것? Nothing. 뭐 전 강의들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를 것은 없었지만, 이번 강의는 9월부터 학교에서 비평 강의를 '꾸준히'(하긴, 꾸준히 듣지 않으면 어쩌려는 건지...) 듣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비평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도 하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평의 'ㅂ'만, 그것도 'ㅂ'의 겉만 열심히 핥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강사님 전문 분야가 '영화'이다보니 비평에 대한 강의를 하시면서도 의도치 않게 비평의 범위를 자꾸만 영화 비평으로만 한정시키시는 바람에 솔직히 말해서 듣고 있자니 짜증이 치밀 지경이었다. 내 8만원....ㅠ 흥, 이렇게 주구장창 영화 얘기만 하는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신청도 안 했다, 솔직히. 어쨌건, 다음 주 과제는 실제로 글을 한 편 써 가는 건데, 적당히 하나 골라가야겠다. 거기 담당자씨가 다음 term 강의도 들을 거냐고 물어봤을 때 아주아주 완곡하게 '시간 되면요'라고 대답했는데, 내가 장담한다, 난 앞으로 할 일 없이 괜히 무진장 바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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