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이야기_I'm your angel Contemplations(culture)

  Céline Dion이 영어로 부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여자는 원래 퀘벡에서 태어나 프랑스어 밖에 할 줄 모르던 완전한 francophone이었으며 영어는 한참 뜨고난 후 영어 공연을 위해 배운 외국어(*)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워진다. 나이 들어서 배웠는데도 억양, 발음, 이상한 점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으니 부러울 지경이다.
 
  R. Kelly(**)와 duet으로 부른 이 곡은 가사가 정말 좋다. 'English'라는 언어가 갖는 système의 구조에 의해 Angel이라는(엄밀히 말하면 [éindƷəl]이라는) signifiant, 즉 image acoustique과 자의적이고도 관습적으로 연결되는 signifié, 그러니까 concept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 의미 관계를 신적인 영역에서, 그리고 (신적인 영역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종교적인 영역에서 찾지만 않는다면 Céline Dion과 R. Kelly가 함께 노래하는 Angel이라는 signe linguistique는 언어학의 틀을 벗어난 관점에서, 썩 기분 좋은 대상으로 다가온다.
 
  사실 두 남녀가 I'm your angel이라는 곡 자체에서 전달하는 가사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진부하고, 또 추상적이기만 하다고도 할 수 있다. 변죽만 올리고 만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듣는 이들에게(***) 일종의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예의 진부함 그 자체에 있지 않을까 싶다. 노래를 찾는 청자의 시간 속에서 진부함은 감히 자신을 Angel이라고 일컫는 과감한 발화 행위(énonciation)를 통해 참신함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종의 énoncé가 된) 그 참신함은 지극히, 너무나도 지극히, 비정상적일 만큼 너무나도 지극히 주관적이다.

  21년 간 나의 angel은 누구였던가. 그리고 나는 누구의 angel이었던가. 또 한 번 '그리고', 나는 앞으로 누구의 angel일 수 있을 것인가. 통념적으로 부여된 상대적 가치로서의 Angel은 규칙상 눈에 보이는 존재여선 안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Angel과 또 다른 누군가의 Angel로 이루어진 Angel들의 고리가(****) 어느 정도는 가시적이었으면 좋겠다. 저 사람이 내 Angel이구나, 알지 못하고 실수하는 일이 없게. 내가 Angel이 되어줘야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에게 하듯 최선을 다할 수 있게, 그래서 행여나 놓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게.

* 비록 캐나다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모두 공용어로 인정되고 있지만 사람의 뇌는 단 하나의 언어만을 모국어로 받아들이고 그 외의 언어는 아무리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처리 과정에서 뇌의 영역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그냥 '외국어'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한자로 표기할 경우 外國語가 되면서 '다른 나라의 말'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지만 불어로 표기할 경우 la langue étrangère가 되고 영어로 표기할 경우에도 foreign language라고 해서 모두 다른 말 정도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굳이 '國'이 갖는 단편적인 의미에 집착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래도 영어의 foreign에 reign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점이 조금 찜찜하다.

**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라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본명은 Robert Sylvester Kell. 몰랐는데 알고 보니 굉장히 유명한 흑인 가수에 프로듀서이기까지 하다. 히트 메이커라고까지 불릴 정도. Westlife가 불렀던 I believe I can fly가 리메이크한 노래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음... 이 사람 노래였구나. Kelly 라는 이름만 보고 무작정 여자일 거라고 상상해버렸는데 노래를 듣고 보니 oh my mistake, 생각해보니 Kelly는 성(family name)이 와야하는 자리다. 7살 때였나, 잠깐 다녔던 ECC에서 내 영어이름이 Kelly였다고 해서 Kelly가 성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 나라 성이야 성이 이름이 되어버리면 웃긴 경우가 참 많고 이름이 성이 되어버리면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외국이야 상관이 없거늘.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사람들이 애 이름을 Delarue(조상들이 길에서 살았던 사람들...? 영어로 치면 of the route 정도 되려나. 이들은 거지나 노숙자의 후예들인 건가...) 나 Duparc(집 근처에 공원이 있었던 사람들인가보다. 영어의 of the park에 해당한다.) 같은 걸로 지을 거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 괜히 복수형으로 썼나. 적어도 나에게는 해당되는 얘기다.

**** 이쯤 되면 어린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가 생각난다. 반드시 여자아이들만 봐야할 건 없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시청자가 어린 여자아이들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단어가 떼로 몰려있는 걸 보니 왠지 옛날 생각이 새롭다. 얼마 전에 구경갔던 기호학 학회에 참석하셨던 이대의 모 교수님께서 변신, 혹은 진화를 motif로 삼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내재된 각종 논리와 이데올로기와 교묘하게 감춰진 이념적 장치들 등을 분석하셨던 적이 있다. Angel이라는 것은 어떤 변신에 혹은 어떤 진화된 상태에 속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천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천사소녀 네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걸. 하지만 천사들끼리 일종의 고리를 만들며 쭉 연결된 모습은... 네티가 60억명 쯤 있으면 볼 만 하겠지... 네티가 60억 명이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네티를 쫓는 셜록은 몇 명이 되어야할까?           (근데 어쩌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왔지...?;;)


덧 : 배보다 배꼽이 더 긴 글. 본문도 뭐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래 주석 달아놓은 건 무슨 말인지 더 모르겠다. 그런 주제에 더 길기까지 하다. 망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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