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iction Une Certaine Sincérité

  요 며칠 학교 도서관이 내부 책 정리를 새로 한다고 문을 닫는 바람에 오늘 발표가 있으면서도 발표문을 인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표문을 인쇄한답시고 아침 일찍 학교에 와서 평소에는 좀처럼 차지하기 힘든, 27 St. Guillaume 쪽으로 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해야 할 발표 준비는 하지 않고 그냥 기분이 좋아 몇 자 적는다.

  일단 수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자 파리라는 이 도시가 점점 더 좋아진다. 해야 할 공부도 넘쳐나고, 해야 할 발표도 엄청나고, 해야 할 레포트 준비도 엄청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와 바쁨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적응할 수만 있다면 대단히 매력적이다. 이제는 더 이상 파리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이국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여전히 여기는 이국적인 신비를 떠나 파리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조용하고 여유로우면서도 날마다 새로운 생명력으로 넘쳐나는 이 도시를 좋아한다.

  Sciences-Po의 도서관은 굉장히 작지만 절대적인 학생 수도, 공부하는 학생 수도 연세대학교에 비해 작으니까 도서관이 작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이 자그마한 도서관은 두 쪽으로 나서 한 쪽은 언제나 학생들로 붐비는 27, Saint Guillaume쪽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다른 한 쪽으론 파랗고, 깨끗하고, 아담하고, 해가 잘 나는 시간이면 학생들이 노트북과 샌드위치를 들고 나와 널부러져있는 정원이 내려다보인다. 이른 아침에는 정원 쪽과 St. Guillaume쪽, 어느 쪽으로도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다가 수업을 들으러 움직이는 학생들의 바쁨과 담배를 피며 수다를 떠는 학생들의 여유가 모여 새로운 생명력을 올올이 짜내는 St. Guillaume쪽으로 앉는다. 내가 아는, 어제 함께 잡채를 해 먹은 친구가 수업을 들으러가는 모습과 멘토가 수업을 듣고 나오는 모습이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이따 만나기로 한 버디에게 도서관에 있으니 St. Guillame과 도서관 사이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낸다. 늘 도와주는 것이 고마워 어제 한인마트에 간 김에 색깔이 예쁜 오색경단을 사왔다. 쌀로 만든 Gâteau traditionnel coréen이라고 선물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조용하고, 여유로운 파리에서의 생활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여기에서 새로이 누리는 자유가 좋다. 어제도 언어교환을 하는 친구가 잡채를 해 먹자고 해서 갔다가 그 집에서 11시가 넘어서 나왔다. 한국에서였으면 벌써 집에 기어 들어갔어야 하는 시간인데, 그 시간까지 밖에 나와 있는 것은 통금이 엄격한 나로서는 대단히 새로운 일이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딱딱한 자유이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피상적인 자유가 아니라 이런 소소하고 별 것 아닌 자유였음을 이곳에 와서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이런 건 엄마아빠 보시는 블로그에는 절대로 못 올리지롱) 날씨가 추워 코트를 꺼내 입고 발을 동동거려야 하지만 새로 맛보는 나의 자유는 결코 얼어붙지 않는다.

  파리를 좋아한다. 해내야 하는 공부도 좋고, 파리라는 작지만 커다란,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도시도 좋아한다. I'm addicted to Paris, and I'm also addicted in Paris. 중독과 몰두, 몰두와 중독. 나의 addiction은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으면서 어느 쪽에나 해당된다.

덧글

  • 2010/09/29 21: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orstalansag_i 2010/09/30 02:39 #

    금방...! 익숙해지실 거에요. 하지만 여유라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있는지 몰랐는데, 어느 시점엔가 돌아보면 거기게 있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화이팅이에요 :)
  • 2010/10/03 21: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orstalansag_i 2010/10/04 04:17 #

    hometown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

    나도 진짜 서울이 되게 싫었지만 막상 떠나고 보니 으허, 나 신촌역에서 날마다 위당관까지 걸어올라다닐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여기도 좋아 :)
  • arrogantduck 2010/10/04 16:18 #

    승마니도 파리가고 싶어염 뿌우
  • sorstalansag_i 2010/10/04 23:48 #

    죽을래-_-? 이게 어디서 "뿌우" 행패야..!
  • arrogantduck 2010/10/05 14:01 #

    그럼 뿌잉으로 할까?
  • sorstalansag_i 2010/10/05 15:24 #

    너 때려주고 싶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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