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Pont Mirabeau ├ S1. 2010-2011

  일요일에는 보통 BNF에서 오후 시간을 보낸다. 어두컴컴한 열람실, 침묵과 고요, 그리고 저 먼 곳에서 간신히 들려오는 사람들의 낯선 말소리. 아폴리네르가 지나간 사랑을 노래했던 Le Pont Mirabeau를 버스를 타고 건너야 하는 그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을 나는 썩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BNF에 가지 못했다. 투덕투덕,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심상치않아 밖을 내다보니 파리의 좁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은 새하얀 우박이었다. 어제 C는 나에게 구라를 깐 거였다. 파리의 겨울에는 언제나 비가 오냐고 물어봤을 때 '눈도 가끔씩 온다'는 말만 했지 우박이 내린다는 말은 안 해줬는데. 창 이 쪽 끝에서 저 쪽 끝까지 날아 지나는 새의 날개가 아파보였다. 우산을 들고, 노트북을 짊어지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BNF까지 가고 싶지 않아 그대로 집에 눌러 앉아버린다. 이번 주 일요일은 Le Pont Mirabeau가 없는 일요일.

  생각해보면 센느강을 건너는 수많은 다리들과 비교해보면 Pont Mirabeau는 참 멋대가리 없는, 구리구리하고 별 볼 일 없는 평범 이하의 다리일 뿐인데 단지 아폴리네르가 그 위에서 흐르는 센느강을 내려다보며 센느강의 물결을 따라 흘러간 사랑을 노래하며 자신의 실존을 다졌다는 이유만으로 매주 일요일 두 번씩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우스운지. 하지만 아폴리네르가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목소리로 '미라보 다리 아래로 센느강이 흐르듯 / 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 /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옴을 / 기억해야 하리라." 나즈막히 Le Pont Mirabeau를 읽어줄 때마다 녹색의 다리 위에서 내 심장은 어김없이 또다시 콩콩 뛰기 시작하는 것이다. 암송했던 시를 가만 다시 떠올려보는 짧은 몇 분.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Faut-il qu'il m'en souvienne
   La joie venait toujours après la p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es mains dans les mains restons face à face
   Tandis que sous
   Le pont de nos bras passe
   Des éternels regards l'onde si lass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érance est violent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Passent les jours et passent les semaines
   Ni temps passé
   Ni les amours reviennent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가만 생각해보면 전에도 언젠가 아폴리네르와 Le Pont Mirabeau가 화면 위에 등장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아폴리네르를 느끼지 못했던 그 때의 아폴리네르와 지금의 아폴리네르는 같지 않고, Pont Mirabeau를 건너보지 못했던 그 때와 지금의 Pont Mirabeau는 같지 않음을 나는 알고 있다.

  수업 시간에 시를 분석도 하고, 했는데 알맹이는 쏙 빠지고 감상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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