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다섯 달 ├ S1. 2010-2011

  8월 4일 오후 13시 20분부터 다섯 달을 프랑스 파리에서 살다보니

1. 이제는 여기가 외국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고
2. 귀머거리가 된 듯한 느낌에도 익숙하고
3. 사람을 만나면 오른쪽 뺨부터 쪽쪽, bisous 인사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이건 한국 가서도 이러면 큰일인데!)
4. 마트에 가서 그림 보고 물건 사는 눈치가 삼백단 쯤 늘었고
5. 귀가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6. 지하철 끊겨도 걸어가면 된다는 생각에 여유는 점점 늘어나고
7. qwerty 자판과 azerty 자판은 점점 더 헷갈리고
8. 뉴스 정도는 넋 놓고 있어도 대충은 들리고
9. 여기 사는 사람들과 점점 더 익숙해지고
10. 한국은 점점 더 멀어지고
11. 하지만 한국은 점점 더 돌아가고 싶지 않아지고
12. 얼굴은 점점 더 똥그래지고
13. 나 혼자 지내는 여유가 좋고
14.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가 점점 적어지고
15. 나에 대한 기대도 점점 더 적어지고
16. 그저 있는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17. 하지만 거리에서 마주치는 나의 삶의 매 순간이 아름답고
18. 그냥 무작정 걸어도 좋고
19. 빵이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 돌아갔을 때가 걱정이고
20. 과외를 하지 않는 생활의 달콤함에 익숙해지고
21. 대신 공부를 하지 않는 순간이 불안해지고
22.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의 기분이 들어 가끔씩은 서글퍼지고
23. 다시 돌아와야지, 생각만 늘어가고
24. 넉넉하지 않은 생활에 익숙해지고
25. 익숙한 것들에게서 멀어지는 것에 익숙해지고
26.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이 익숙해지는 것에 익숙해지고
27. 한국어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고
28. 점점 더 충동적으로 되어가고
29. 그러려니, 하는 여유가 늘어나고, 삶이 느려지고
30. 쓰지 않은 글이 점점 더 늘어나고

또 뭐가 있지...

덧글

  • 2010/12/30 20: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aris rêveur 2010/12/30 20:42 #

    ㅠㅠ 저도 얼굴 두 개 됐어요ㅠㅠ
    하지만 오늘도 공부하기 싫어서 파리 바게트 대회에서 우승한 바게트 집에 바게트 사러 파리 반대편까지 가요 ^^

    한국에서는 도저히 혼자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혼자 지내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
  • 2010/12/31 12: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aris rêveur 2010/12/31 16:07 #

    .....어......어디가....?!
  • 2010/12/31 22: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aris rêveur 2011/01/01 17:02 #

    뭐지....;;
  • 은화리 2011/01/06 05:34 # 삭제 답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굉장히 공감되요ㅎㅎㅎ
    전 한국에 돌아갈 때 바게트 사가려고........
  • Paris rêveur 2011/01/06 05:43 #

    사가지고 가면 이미 따끈한 바게트의 효용가치를 상실하지 않을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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