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bord de la Seine ├ S1. 2010-2011

  여행을 떠나기 전의 Paris는 계속계속 흐림이었는데,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이후의 Paris는 반대로 계속계속 맑음이라 오늘도 가만히 집에, 아니 방에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읽어야만 하는 Lucifer Effect는 매우매우 크고 몹시 두꺼운 책이지만 나의 자그맣고 빨간 롱샴 백팩에는 Lucifer Effect와 저번 11월 초, 독일로 여행갔을 때 사온, 일반 Haribo 곰젤리보다는 조금 더 말랑말랑하고 맛도 달라 특별히 SAFT(나의 사랑하는 아이리버 D100 프라임 독한사전에 의하면 '주스, 과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Goldbären이라고 쓰여있는 알록달록 petits oursons, 그리고 '일요일에도 여는' Casino에서 산 petits gâteaux가 넉넉히 들어가고. Boulogne-Pont de Saint-Cloud까지 씩씩하게 걸어가서는 또다시 72번 버스의, 내가 날마다 앉는 자리에 앉아서는 이제는 200번 쯤 들은 듯한 기분이 드는 From the heart를 몇번이고 반복하여 듣는 것이다.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은 기분이 되도록.

  Concorde-Quai des Tuileries를 Bushaltestelle(이건 어제 엉뚱하게 배워버린 독일어 단어!) 삼아 폴짝 뛰어내린 Paris는 햇빛 색깔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그러니까 아무 색도 아닌 색으로 빛나고 있는 센느강이 너무 예뻐 저절로 웃음이 나는 어떤 특별한 기억이었다. 딱, Pont de la Concorde와 Passerelle Léopld-Sédar Senghor 사이에서 바라보이는 센느강. Qaui des Tuileries 아래를 지나는 Port des Tuileries에는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만 존재하던 선상가옥들이 옛날이야기처럼 웅크려 꿈을 꾸고 있고, 센느강이  햇빛 속으로 하얗게 부서져 사라지고, 귀에 끼고 있는 이어폰에서는 Another Level의 From the heart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그 순간이 연속되는 순간에 나는 나의 삶의 공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조금은 모순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순간과 순간들 사이로 삶이 엇갈려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분명 뭔가 조금은 부조리한 느낌이었다. 연속이 되어 돌아오는 단절이 모순적일수 있는 딱 그만큼. 결국은 반쯤은 꿈 속에서 걷고 있는 기분처럼 모든 것이 햇빛 속에서 의미해지고.

Concorde-Quai des Tuileries에 내려서, Pont de la Concorde
어제는 연무 뒤로 숨듯이 가려졌던 에펠탑은 오늘은 햇빛 속을 헤엄치고,
센느강은 제 빛을 잃고 하얗게 질려버려서.
Passerelle Léopard-Sédar Senghor에서 바라본 Musée du Louvre와 Musée d'Orsay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세기를 잇는 Pont Royal
Port des Tuileries를 따라 늘어선 선상가옥들은
어딘가 모르게 옛날이야기를 담고 있는 액자를 연상시킨다.

  원래는 Jardin des Tuileries에 가서 책을 읽을 생각이었지만 나는 결국 미래처럼 반짝이는 Seine강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Passerelle Léopard-Sédar Senghor 옆, Seine강이 가깝게 지나는 Quai des Tuileries에 그대로 눌러앉고 말았다. Qaui Anatole France와 Musée d'Orsay, 그리고 Pont Royal이 보이고 Passerelle Léopard-Sédar Senghor와 Jardin des Tuileries를 잇는, 해가 반만 드는 지하 통로에서는 언제나처럼 혼자서 세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어떤 할아버지의 흔적 소리가 들려오는 자리. 해가 바르게 들어오는 그 자리에 앉아 Lucifer Effect를 읽고, Casino에서 사 온 과자를 조금 먹고, 가끔씩은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치 자기 우리 앞을 서성대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동물원 원숭이의 눈으로 구경하고. 쏟아지는 햇빛 한가운데에서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두껍고 우울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확실히 조금은 우스운 일이었지만 내 발 밑을 햇빛을 닮은 색으로 흘러간 센느강은 조금의 시간을 두고는 초록색 미라보 다리 아래를 똑같이 흘러가겠지. Sous le Pont Mirabeau / Coule la Seine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보이던,
Passerelle Léopard-Sédar Senghor와 부서지는 햇빛과 무심한 듯 유심하게 흘러가는 센느강이 있는 Paris
세상의 모든 Paris사람들이 센느강변으로 쏟아져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센느강변에는 프랑스어가 드글드글하고
까딱까딱
센느강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빨간 자주색 운동화를 까딱거리며 오후를 보내는 건 썩 괜찮은 기분
안녕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 걸려있던 해가 Invalides의 황금빛 지붕을 별빛처럼 반짝이게 할 때쯤이면 내가 그림자를 기대고 있던 Passerelle Léopard-Sédar Senghor는 제 그림자를 늘여 나의 틈 사이로 비쳐 들어오던 햇빛의 그림자를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나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두껍고 커다란 책을 다시 얇고 작은 가방에 넣고는 에메랄드빛 발 밑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기우뚱기우뚱 Passerelle Léopard-Sédar Senghor를 건너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된다. 나의 주변을 채우고 있는 시간들이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느김을 주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Musée d'Orsay 뒤에서 회색도 아니고 보라색도 아닌 Vélib을 retirer해서는 쌩쌩 페달을 밟아 센느강을 달려 오래된 얼굴의 주름처럼 자글대는 햇빛을 조각낸다. 쨍겅쨍겅 소리는 나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 에펠탑을 지나고, Pont de Bir-Hakeim을 지나 Maison de Radio France가 나올 때 쯤이면 여기부터는 확실한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잘 알지 못하는 길. 72번 버스가 어디를 지나더라, 이미 햇빛 속으로 상실되어버린 희미한 기억의 끝을 더듬어 조심스레, 하지만 빠르게 페달을 밟는다. Paris에 와서 자전거는 처음이지만, 또 Paris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탄 것은 언제였는지는 센느강변에서 햇살 가득한 봄날의 오후를 졸고 있던 선상가옥들의 옛날이야기같은 꿈보다도 더 아득한 시간이지만 두 발이 오래된 습관처럼 페달을 밟을 때마다 길은 나를 차근차근 이곳에서의 공식적인 나의 삶의 공간으로 데려가고. Musée d'Orsay에서 Boulogne-Billancourt까지는 자전거로는 1시간 남짓. 귤색보다는 주황색에 가까운 귤 두 개를 까서는 한 조각 한 조각 정성껏 떼어 먹었다. 어딘가 모르게 조밀조밀한 맛이라고 생가되는 맛이라 나의 일부를 아직도 햇빛이 조금 남아있는 창 밖에 놓아두고 들어온 기분이었다.

  기절할듯 피곤하지만 두껍고 커다란 Lucifer Effect는 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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