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슬 ├ S1. 2010-2011

  고등학교때 친구가 프랑스로 오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모양이다. 프랑스어로 쓴 lettre de moitivation을 봐 줄 수 있겠냐며 메일을 보내왔다. 그리고 프랑스어 교수님은 내가 제출한 숙제에 대해 corrigé를, 언제나 그렇듯이 색깔만 잔뜩 달아 다시 보내셨다. 제출 기한은 이번 주 일요일. 아침의 절반은 친구가 내게 맡긴 corrigé와, 나머지 절반은 숙제로 해야하는 나의 corrigé와 함께 보냈다. 그리고 저녁. 나는 친구의 것을 마저 corriger하고, 세드릭은 내가 corriger하고자 시도했던, 하지만 분명 모두 마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 나의 것을 완전히 제출하기전 corriger를 하고. 이건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묘하게 먹이사슬의 냄새를 풍기게 된다. 먹이사슬, 혹은 어떤 이름 없는 hiérarchie.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시험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오늘, 나의 몫을 보내면서 너 이거 corriger하다가 선생님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슬몃(이라고 하기엔 조금 많이 노골적으로) 끼워 보냈는데, 흐으, 답장이 기대되네.


오늘의 기록
1. 어젯밤은 정말 굴욕이었다. 11시부터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11시 40분 쯤 침대에 기어들어가서 세드릭이랑 문자를 하는데 오늘 뭐 했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너무 졸려서 못 물어보겠다는 나의 문자에 '9분 후면 내일이니까 내일 물어보면 되겠다'는 답장이 왔고, 그래서 9분만 기다려야지, 생각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근데... 눈 떠보니까 아침이었다. 허걱.

2. 이번 주는 la semaine du développement durable, soit celle de l'environnement. 아침 일찍 학교에 갔는데 이거슨 정전. 나는 정말이지 환경주간이라고 캠페인 차원에서 전기를 일부러 끊은 건 줄 알았다. 하지만 햇빛이 잘 드는 도서관 창가에 앉았을 때야 알게 된 사실 : 정말로 정전. 장난 아니고, situation réelle. 가장 극적이었던 부분은 '전기가 불가피하게 끊겼다. 복구중이니 잠시 후면 다시 들어올 거다'라는 아저씨의 말에 어떤 학생이 '언제요?' 하고 물었고, 아저씨가 '잠시 후'라고 대답하는 순간 전기가 짠, 하고 들어왔던 순간.

3. Jacinta 겁나 자주 만났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사러 가다가(baguette traditionnelle에 jambon cru가 든, 새로운 샌드위치를 시도해봤는데 우웩, 다신 안 먹어야지.) 한 번, volvic lemon을 사러 rue de la chaise까지 갔는데 지갑에 동전이라곤 56 centimes 밖에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결국 Monoprix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에 또 한 번(생수 회사별로 물맛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왜 인정해주지 않는 건데!!! 다르다니까!!!), 나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던, Bob Woodward(워터게이트 폭로자인데!!) 의conférence exceptionnelle이 끝난 후에 또 한 번. 아놔, 진짜 얘는 왜 이렇게 웃긴건데ㅋㅋ 만나기만 하면 정말 빵빵 터진다. 하지만 영어식 불어발음은 제발 좀ㅠㅠ

4. Charles 이 멍멍이 자식, 진짜 espèce de.....!!! 나는 fille sage니까 바르고 고운 말만 써야지 싶으면서도, exposé 준비 안 하니?? exposé en groupe인데-_-;;

5. 아, 귀여워ㅋㅋㅋㅋㅋ

덧글

  • 2011/04/08 09: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aris rêveur 2011/04/08 15:50 #

    그러게나 말이다 -_-;;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