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침은 갓 사온 croissant ├ S1. 2010-2011




  일요일인 오늘의 아침식사는 집 앞 빵집에서 사 온, 갓 구워낸 croissant과 오렌지쥬스 한 잔. 아직도 이국의 오븐의 열기가 남아있는 croissant은 마치 Ponge가 Le Pain에서 묘사했던 것과 같은, 어떤 독특한 Objet여서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게 쫄깃거린다. 파삭한 부드러움은 숭고하기까지 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La vie est belle, 인생은 아름다워라. 이른 아침부터 나는 0.95유로 만으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다시 한 번 적어나가는 것이다. 나는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나의 삶에 이토록 짙고 풍부한 행복을 허락해주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음을, 옅은 레몬빛 마음으로 느낀다. 아마도 너의 늦은 아침을 깨웠을 나의 문자에는, 분명 삶에 대한 낯선 기쁨이, 적어도 Paris의 지붕을 미끄러지는 한 줌의 햇빛만큼은 담겨 있었음이 틀림없다. 나와 너의 삶이 얼마만큼이고 평화롭기를.


  그리고 Motte-Piquet Grenelle 역 아래를 지나는Marché du dimanche까지 장을 보러 가는 길. 프랑스에서 지낸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감에도 나에게 이곳의 일상은 신기함 투성이라 살 것이라곤 시금치 약간과 당근 두 개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굳이 아침을 꾸벅꾸벅 걸어서 센느강 건너에 선 시장까지 징을 보러 가게 되고 만다. 대략적인 방향 밖에는, 나에게는 완전히 무지한 동네. 영화 <인셉션>에 나왔던 Pont Bir-Hakeim을 나는 일주일에 두세번 쯤, 아무렇지도 않게 건넌다. 이곳에서는 마주치는 모든 것이 영화이고, 역사이기에 이런 것들에 얼마만큼은 익숙해졌음이 사실이다. 내가 이 모든 것들에 무덤덤하다는 사실에조차 무덤덤해질 때 쯤에야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의 끝에서 Paris는 비로소 진짜 Paris가 된다. Passy와 Bir-Hakeim을 연결하는 Pont Bir-Hakeim을 완벽하지 않은 무관심으로 건너는 길에 만나게 되는 Boulogne Billancourt 쪽의 Paris는 모순적이게도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모습 때문에 Paris같지 않지만 아폴리네르의 Pont Mirabeau를 향해 반짝이듯 흘러가는 센느강은 그 어디에서고 일요일 아침의 센느강일 것이다. 사람이 벅적이는 시장에서 엄마같은 눈으로 물건을 요모조모 살펴보고, 정성을 들여 일주일을 골라 돌아올 어느 일요일 아침에.

+ 하지만 나에게 시금치를 500g이나 팔아버린 아저씨는 좀 밉다. 난 분명 100g만 달라고 했는데 가장 작은 단위가 1/2 kg라면서, 절대로 많은 게 아니라고 하면서 나의 손에 시금치 500g을 넘겨주고는 1.25€를 받아갔다. 뭔가 사기당한 이 기분. 점심 때 약간을 먹고 났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부피가 줄어들었음을 확신하지 못하겠는 시금치 봉투에 나는 시금치 색으로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만다.

덧글

  • 2011/05/23 08: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aris rêveur 2011/05/23 08:59 #

    하지만 저거슨 mistake! 저거 붙을 듯이 안 붙은 게 더 이쁜데 아줌마가 딱 붙은 걸 줘버렸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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