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 Une Certaine Sincérité




  한 줌, 딱 한 줌 만큼의 안개가 흐릿하게 걸려있는 가을 아침의 햇빛은 낭창낭창 휘어지기 쉬워서 노오란 하늘을 버스를 타고 가로지르는 아침, 차르르 소리를 타고 깜빡깜빡 흐르는 영화 필름처럼 가을이 명멸하는 순간 동안은, 나는, 그림자에 푹 젖은 기억을 구른다. 닦지 않은 거울처럼 치거운 태양빛이 뿌옇게 넘실거리던 계절은 언제였는지, 어지러이 지나가는 찰나와 억겁은 저녁 9시의 노을빛 물감에 담뿍 적신, 예측할 수 없는 현대의 예측할 수 없는 추상미술 한 점은 "연옥의 풍경"이라는 제목을 달고는 북극의 거대한 허공에 걸려야 할 것이다. 

  베를렌느의 시 한 줄은 겉잡을 수 없는 변덕이어서 나의 아침은 그 계절에 깊이 깊이 잠겨있음이다.



ㅡ 땅을 뒹구는 낙엽을 치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어느 아침, 해가 비스듬히 비쳐드는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덧글

  • 2011/11/04 00: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aris rêveur 2011/11/04 00:33 #

    낙엽은 아무래도 떨어진 채로 두는 것이 좋아요. 날마다 감사하며 살 수 있는 날씨라, 마음이 언제나 모든 것에 대한 감사로 넘쳐나는 요즘이에요 :)
  • 교고쿠도 2011/11/09 02:44 # 삭제 답글

    Je fais souvent ce rêve étrange et pénétrant
    나는 종종 이런 기묘하고 강렬한 꿈을 꾼다
    D'une femme inconnue, et que j'aime, et qui m'aime,
    미지의 한 여인에 대한 꿈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Et qui n'est, chaque fois, ni tout à fait la même
    그녀는 매번 똑같은 사람도 아니고,
    Ni tout à fait une autre, et m'aime et me comprend.
    전혀 다른 인물도 아니다, 다만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해줄 뿐.
    Car elle me comprend, et mon coeur, transparent
    그녀가 나를 이해해주므로, 내 투명한 마음은
    Pour elle seule, hélas ! cesse d'être un problème
    오직 그녀만을 위하여, 고민을 벗어던진다
    Pour elle seule, et les moiteurs de mon front blême,
    오직 그녀만을 위하여, 내 축축한 이마는 창백해진다,
    Elle seule les sait rafraîchir, en pleurant.
    오직 그녀만이 눈물로써 내 마음과 이마를 식혀줄 수 있으리라.

    - 폴 베를렌, <내 익숙한 꿈 Mon reve familier> 중에서
  • Paris rêveur 2011/11/10 01:49 #

    그렇지 않아도 요즘 베를렌느를 배우고 있는데, 좋은 시에요 :)
  • 교고쿠도 2011/11/10 03:05 # 삭제

    오오, 학교에서 베를렌느를...역시 불문과에 갔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프랑스 문학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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