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여덟장 └ S2. 2012-2013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우표를 모았었다. 요즘이야 우편함에 들어있는 우편물이라고는 우편요금을 선불로 지불한 공과금 고지서나 핸드폰 요금 고지서, 은행 고지서를 비롯한 각종 '보고서'나 광고물이 전부이지만 그때만 해도 우표를 붙여서 편지를 보내는 일이 자주 있었다. 7살, 8살 먹은 어린아이에게 우표를 붙여서 편지를 보낼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부모님 앞으로 오는 편지에 붙어있는 우표는 죄다 내 차지였다. 우표가 붙어있는 부분을 조심조심 찢어내고, 물에 담궈두면 오래지않아 우표가 슬슬 떨어졌고, 다음 날 아침이면 잘 널어둔 우표는 다시 빠닥빠닥하게 말라있었다. 그걸 우표수집책 갈피마다 끼워두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그리고 여러 장씩 있는 똑같은 우표들 사이로 간혹가다 보이는 외국 우표 몇 장─. 아빠 앞으로 온 국제우편물에서 우표를 떼어내면서 어린 내가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마치 그대로 시간을 되돌려 환호하는 내 앞에 오롯이 서는 느낌. 
  초등학교 5학년 쯤 되었을 때였나, 외할머니댁에 갔다가 엄마가 어렸을 적에 모아두었던 우표수집책을 발견했다. 여행을 자주 다니셨던 할아버지께서 사다주신, 알록달록하고, 세모지고, 알아볼 수 없는 글씨가 쓰여져 있는 외국 우표들, 지금은 오히려 방글라데시 우표보다도 신기하게만 느껴지는, 전두환 정부에서 발행한 기념우표, 그때는 흔했겠지만 지금은 더이상 흔하지 않은 엄마 어렸을 적의 우표들.... 엄마의 우표수집책은 엄마에게서 딸에게로 물려져 그대로 내 것이 되었고, 1995년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내가 기억하는 우표들과 어린 엄마가 시간이 닳도록 아껴했을 노르스름한 우표들과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모아온 크리스마스 씰이 뒤섞여 나의 우표수집책은 점점 더 혼란스러운 더미가 되어갔다. 더이상 우표를 붙여 편지를 교환하지 않게 된 후로는 아주 가끔씩 꺼내어 뒤적일 때마다 항상 똑같은 우표들인데도 항상 똑같이 탄성을 내뱉게 하는.
  어려서 든 습관은 쉬이 바뀌지 않아 얼마 전에 주문한 책이 우표를 잔뜩 붙인 봉투에 배달되어 왔을 때에도(해리포터 4권이었나, 위즐리 부인이 봉투 한가득 우표를 붙여 더즐리부부에게 편지를 보냈던 것이?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얼마나 자주 나에게도 그런 편지가 배달되는 날을 상상했는지 모른다.) 봉투를 버리지 않고 잘 남겨뒀다. 그리고 오늘, 방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우표 붙은 부분을 찢어내고, 물에 불려 떼어낸 우표를 잘 널어놓았다. 어딘가에 잘 넣어뒀다가 여름에 한국에 들어가면 우표책 또 다른 한 페이지에 갈무리 해둬야지. 2011년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갔다가 아주 오래된 우표를 잔뜩 사 왔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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